오래간만에 쓰는 리뷰. 게다가 당일 관람한 영화의 감상을 적는 건 처음.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남기자. 당연히 스포있음.


 일단 SF 판타지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그곳만의 "세계관"이 등장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억지로 그걸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어서. '아무리 그렇게 주입해 현실에는 그런 거 없잖아?.'하는 생각만 들어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낭만과 상상력이 부족한 듯. 마블의 영화화 중 관람한 것은 <아이언맨3>,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그리고 오늘 관람한 <닥터 스트레인지>뿐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란 캐릭터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관람 전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줄거리는 전혀 몰랐지만 세 가지는 알고 있었다. 관람객들의 극심한 호불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굉장한 미남(!)이라는 원작 설정으로 인한 미스 캐스팅 논란, 원작에서 동양인인 에이션트 원이 틸다 스윈튼이 캐스팅되면서 발생한 화이트워싱 논란이었다. 위에 적은 두 배우의 캐스팅논란은 어차피 원작을 전혀 모르므로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관람하게 되었다. 감상은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남기려고 한다.

 

 일단 영화의 호불호. 개인적으로 불호였다.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어 악당을 물리친다"는 기본적인 틀에서 "물리친다"가 아닌 닥터 스트레인지가 "되는" 과정이 주가 된다. 온전한 1편이라기보단 차기를 위한 프롤로그랄까. 불의의 사고를 당한 스트레인지는 회복방법을 찾다가 카마르 타지란 곳을 찾아가게 된다. 그곳에서 에이션트 원을 만나게 되는데 단순한 물질적인 회복이 아닌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 자생력을 가져 회복된다는 말을 하면서 물질적인 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의 말을 의심했던 스트레인지는 그녀를 믿게 되었고 그곳에서 수행하게 된다. 

에이션트 원이 스트레인지에게 다른 차원을 보여줄 때 내내 생각났던 노라조 - 니팔자야

 단순히 이상한 거미에 물려서 히어로가 된 누군가와는 다르다. 곧바로 적들과 싸우는 장면을 기대했다면 오산. 하루아침에 깨우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행 장면이 길어질 수 밖에 없어 지루하게 느껴졌다. 보고 나서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프롤로그를 봐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루한 115분을 보느니 차라리 수행장면을 좀 더 줄여 90~100분을 상영하는 게 더 박진감 넘치지 않을까. 액션 장면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사이기 기존 마블 영화의 퍽퍽뚜샤뚜샤와 같은 액션을 기대한다면 더욱 실망할지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캐스팅. 원작을 모르는 나는 영화 내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굉장한 미남(!)이라고 표현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어서 거슬리지 않았다. 잘생겼다는 건 모르겠지만, 역할에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역할에 어울렸다. 그리고 그는 <셜록 홈즈>시리즈에서 보여준 잘생김 연기로 거부감이 있던 사람들도 관람한다면 적응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닥터 스트레인지>가 영화화된 마블작품 중 연기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으니 미스 캐스팅은 아닌 걸로.


 에이션트 원의 화이트워싱. 영화를 볼수록 이 역할을 왜 틸다 스윈튼이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가 봐도 동양인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였다. 배경도 네팔이였고 에이션트 원은 정신적,심리적인 가르침을 준다. 틸다 스윈튼이 아무리 신비로운 외모와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인종까지 바꾸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원작을 안 본 나도 이렇게 황당한데 원작을 본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연기력을 떠나서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코미디 안 부럽게 재밌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나는 이조차 맞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너를 웃겨 보겠다는 식의 억지유머는 내 얼굴만 더 굳게 만들었다. 그나마 딱 두 장면에서 웃었는데 모두 웡의 비욘세와 웡의 웃는 장면이었다. 그 외에는 별로.


 스토리는 빈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시각적 재미는 존재한다. 내 눈에는 암만 봐도 노라조의 니팔자야 뮤직비디오였지만 저 뮤비를 몰랐다면 감탄하면서 봤을지도. 3D 이상 관람을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 맨 뒤에 숨겨놓은 두 가지의 쿠키 영상을 꼭 놓치지 말길. 특히 차기작을 기대한다면 필수.


 차기작을 볼 의향이 있냐고 묻는다면 예. 부정적인 감상을 잔뜩 뱉어놓고 차기작을 보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위에도 적었다시피 프롤로그에 불과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판단은 이 영화보다 차기작으로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오히려 나중에 차기작이 나온다면 그걸 보고 이 영화를 봤다면 더 재미있게 느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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