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국내도서
저자 : 한강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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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맨부커인터내셔널 수상했다고 하여 호기심에 선택한 <채식주의자>. 그 외 사전 정보 없이 읽어서일까?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읽는 내내 인상을 찌푸려지게 만들면서도 술술 읽어졌다. 세 단편으로 나눠져 있는데 단편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이 책을 덮을 것인지, 아니면 계속 읽을 것인지를 망설이게 했다. 완독한 이유는 오랜만에 빌린 도서라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독자인 내가 이야기의 중심인 영혜를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 단편은 각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영혜를 보여주고 있다. 


 1부 <채식주의자>은 영혜의 남편 시점이다. 어느 날 영혜가 육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한 기이한 꿈을 꾸고 난 후 급작스럽게 육식을 거부하게 된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녀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족모임에서 아버지는 강압적으로 고기를 먹였으며, 그녀는 곧바로 자살기도를 한다. 사랑해서라기보단 결혼적령기 만나 함께 살기에 무난한 그녀와 결혼했던 남편은 무난이란 단어와 거리가 멀어진 그녀를 보며 당황스러워 했고, 결국 그녀를 타인들의 틈에 섞여 타인처럼 모른 채 한다. 

 

 2부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 시점이다. 영상예술가인 형부는 우연히 아내로부터 들었던 그녀의 몽고반점에 성적인 환상를 가지고 있었고, 결국 남편과 이혼한 그녀에게 예술이란 이름으로 다가간다. 식물처럼 살아가고 싶은 그녀와 그녀를 성적으로 취하고 싶은 그의 몸에 꽃으로 바디페인팅을 하고 서로의 몸을 결합시킨다. 이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남겨두었고, 그녀를 걱정하던 영혜의 언니인 인혜가 그 영상을 목격하게 된다.


 3부 <나무 불꽃>은 인혜의 시점이다. 예전처럼 동생을 보살필 수 없어 입원시킨 병원에서 인혜에게 환자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심란한 마음으로 간 인혜는 억지로 음식을 먹이려고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거부한다. 지난번 병원탈출 후 부근 숲에서 발겼되었다는 그녀는 자신을 나무라고 믿으며 물구나무를 서고, 육식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 섭취까지 거부한다.


 <채식주의자>란 제목처럼 그녀를 채식주의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보면 일반 채식주의자와 비슷해 보이겠지만 전혀 다르다. 다른 말로 대체하여 표현하기에는 대체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채식주의자일 뿐이다. 육식거부는 주변인에게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다. 유년시절부터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그녀는 왠지모를 가슴의 답답함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변화의 계기가 된 기괴한 꿈 또한 살아가면서 누적된 정신적·육체적 폭력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강제적으로 육식을 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상황을 이해 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그녀가 죽인 새의 깃털을 뽑고 있는 장면을 보고 과연 이해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폭력을 지양할 것 같던 그녀가 오히려 새를 죽인다니 모순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이 아닌 꽃이 되었기에 형부와 잠자리를 갖는 장면을 보며 그녀가 반복적으로 꿨던 꿈이 생각났다. 자신이 죽인건지 자신이 죽은건지 알 수 없지만 도살장에서 날고기를 섭취하고 빠져나온 야외에서 평화롭게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괴상하게 느껴졌다는 그 꿈은 예지몽이였던 걸까. 폭력이 없는 꽃과 나무가 되고 싶다던 그녀가 결국 인혜에게 다른 형태의 폭력을 휘두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해도 이러한 상황이라면 형부와의 잠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존재로 인식한걸까? 자살기도 후 그녀를 포기한 남편과 이혼한 후에도 그녀를 돌봐주었으며, 불륜사건 이후에 병원에 보내긴 했지만 보호자로 되어있던건 그녀의 언니인 인혜였다. 심지어 그녀가 말하는 공격성 없는 가슴을 가진 여성이니 그녀가 보호를 받고싶다고 생각된다면 그 누구보다 인혜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속은 건지, 속아 넘어간 척 한건지 결국 형부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녀를 최대한 이해하려던 내 결론은 미친 사람이므로 이해 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이다. 돌아버린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를 동정 할 수는 있어도 절대 그녀를 감싸줄 수 없다. 마지막에 물 외의 모든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그녀에게 인혜가 홧김에 죽고 싶어서 그러냐고 물었을때 그녀는 오히려 죽으면 안되냐고 반문한다. 나무가 되고 싶다는건 단순한 비폭력에 대한 염원이 아닌 자살의 또다른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순간 인혜는 그녀를 부러워하고 이야기가 끝난다. 폭력에 노출된 건 그녀뿐만이 아니다. 인혜 역시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 자라왔으며, 인혜의 남편은 그녀에 대한 성욕을 자제할 수 없어 인혜가 원치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 이는 명백한 성폭력이며 그 후에 그들의 불륜으로 정신적인 폭력을 당한다. 그런 인혜가 마지막에 그녀를 부러워하는 걸보고 그 후에 인혜가 또 제2의 영혜가 되는게 아닐까 염려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찜찜한 이야기인데 인혜 역시 비슷한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읽고 난 후 기분이 더 나쁜 책이다. 작가님은 독서 후 기분나쁨까지 예상하여 집필했겠지만 그정도가 너무 심해서 작가님의 다른 도서까지 앞으로 보고 싶지 않을 정도. (기생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나처럼 불륜소재를 극혐한다면 비추천.